경쟁이 너무 익숙해진 시대입니다.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더 좋은 제품, 더 낮은 가격, 더 많은 기능을 갖추면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이미 자리가 꽉 찬 시장에서 이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의미 있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몇 개의 브랜드만이 남아 있고, 그 기억의 벽을 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경쟁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속으로 ‘원래 그런 거지’라고 받아들이며 묻어둔 불편함입니다. 누구나 느끼지만 아무도 해결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그 문제들. 굳이 표현하자면 ‘체념된 문제’, 혹은 ‘숨은 불편’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불만이 있어도 말로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불편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문제는 시장에서 사라져버립니다. 하지만 이 지점이야말로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는 출발선입니다. 경쟁이 아닌 창조가 일어나는 공간이 바로 여기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창조가 일어나는 이 공간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숨은 불편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의외로 많은 것을 감수하며 삽니다. 매일 반복되는 귀찮음, 시대가 변했는데도 여전히 낡은 방식에 의존해야 하는 불편함, 가격·편의성·효율성 사이에서 늘 감내해야 하는 타협, 그리고 공급자 입장에서 만들어진 불합리한 구조들. 이런 요소들이 쌓이면 사용자들은 불만을 말하는 대신 그저 포기하고 적응합니다. 하지만 이 체념의 바닥에는 기회가 존재합니다.

두 번째는 발견한 불편을 우리만의 언어로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그 해결이 기존 선택지와 어떻게 다른 가치를 가지는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기억에 남는지, 그리고 그 이름에 어떤 이미지가 따라붙어야 직관적으로 이해되는지 결정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제품 개발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을 만드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만들고, 그 의미가 머릿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세 번째는 사람들이 그 문제를 떠올리는 순간을 정확히 파고들어야합니다. 브랜드는 원래 기능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의 필요에 의해서 떠오릅니다. 눈이 피로할 때, 퇴근 후 기력이 떨어질 때, 혼자 사는 사람이 장을 보기가 번거로울 때, 우리는 특정 브랜드를 생각합니다. 이 ‘순간의 상황’을 장악하는 것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그 불편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 우리의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순간을 직접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검색 데이터가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 고민을 검색창에 솔직하게 남깁니다. 귀찮음, 불만, 대안 찾기, 실패 경험 등 일상 속에서 묻어두던 감정이 가장 가감 없이 드러나는 곳이 바로 검색 기록입니다. 검색 흐름을 따라가 보면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고민을 하다가 어떤 선택으로 이어지는지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검색어가 클러스터를 분석하다보면 종종 우리는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시장의 빈틈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 빈틈이 곧 새로운 카테고리가 자라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경쟁에서 만석이 되어버린 시장에서 다른 브랜드를 이기는 전략이 아니라, 아예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빈 공간, 잠재된 숨은 불편함이 만들어낸 새로운 기회의 공간을 발견하고 여기에 이름을 붙여 세상에 드러내는 일입니다. ‘숨은 불편’을 해결하는 것은 단지 작은 문제를 고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이 선택지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자리 잡고, 그 순간을 장악할 수 있다면, 다른 브랜드와 경쟁할 이유도 사라집니다. 이미 새로운 판의 주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브랜드 성장의 본질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믿습니다. 더 잘 싸우는 법이 아니라, 싸움을 필요 없게 만드는 판을 여는 능력. 그 판을 여는 단서가 사람들의 숨은 불만, 체념 속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흔적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도가 바로 검색 데이터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인터뷰에서는 진짜 고민을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검색창에서는 솔직합니다. 그래서 검색데이터는 고객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욕망과 불편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포기된 문제를 찾아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고, 그 카테고리를 기억 속에 각인시키며, 검색 데이터로 고객의 진짜 문맥을 읽어야 합니다. 이것이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브랜드가 살아남고 성장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전략입니다.
지금 시대의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성장 공식은 바로 남들에게는 말하지 않는 인텐트를 들어내는 “검색 데이터”를 읽는 툴 “리스닝마인드”로 가지고 채워지지 못한 숨은 불만이라는 공간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