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는 AI 시대의 새로운 미디어다. (1/3)

에이전트는 AI 시대의 새로운 미디어다. (1/3) 에이전트는 AI 시대의 새로운 미디어다. (1/3)

AI는 조만간 우리들의 일과 일상을 빠르게 재편할 것입니다. 마케팅 영역에서도 그 변화는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소비자가 정보를 찾고, 비교하고, 결정을 내리는 전 과정에도 AI 에이전트가 참여하게되고, 기업 내부의 캠페인 기획·크리에이티브 제작·미디어 믹스·성과 측정이라는 마케팅 워크플로우 또한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다시 짜여지게 될 것입니다.

AI가 변화시키는 이런 상황 속에서 브랜드는 “에이전트가 소비자에게 선택을 안내하는 순간, 우리 브랜드는 어떤 이유로, 어떤 맥락으로 추천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오랜 기간 브랜딩을 “우리의 브랜드가 알려지게 만드는 일”이라고 이해해왔습니다. 그래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로고와 브랜드 슬로건을 반복 노출시켜 소비자의 기억에 각인시키는 것을 주요 업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AI에 의해 변화된 시대의 브랜딩은 이것과는 달라집니다. 인지도의 제고만으로는 AI에 의해 특정 브랜드가 호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비자의 의도를 이해한 AI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호출을 소비자가 처한 문제와 감정 상황에 대한 적합성에 근거하여 판단합니다. 한 소비자가 “야근 뒤 가볍게 먹을 야식”을 묻는다면, 에이전트는 그 상황에 가장 맞는 제품의 브랜드를 제안해줍니다. 수많은 광고로 유명한 이름이라도, 그 맥락에서 쓸모가 명확하지 않다면 그 브랜드는 호출되지 않을 것입니다. AI 시대의 브랜딩을 그래서 “얼마나 유명한가”보다 소비자의 구매 상황(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 즉, “언제, 왜 불리는가”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브랜드는 더 이상 ‘이름’이 아니라 ‘좌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명제가 새로워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우리 두뇌 작동 방식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 사람의 기억은 ‘목록’보다 ‘지도’에 가깝습니다.

이 말은 무더운 여름날 마시는 청량감을 주는 음료, 저녁시간에 열리는 가슴 뛰는 공연 전에 에너지를 줄 것 같은 카페인 음료, 이사 직후 정신 없을 집 청소에 필요한 청소 용품 처럼 우리는 대개 특정 상황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매가 필요한 제품을 떠올려야 할 때 이 제품의 좌표는 우리 머리 속에서 핀포인트의 좌표로서 존재하지 않고, 해당 문제를 다소 두리 뭉실하게 넓게 커버하는 좌표군의 상상됩니다.

이런 좌표에 연결된 특정 브랜드는 이름 그 자체로 기억되기보다, 특정 상황·감정·행동과 엮인 좌표, 위치로 기업됩니다. “익일 새벽 배송이 필요할 때 = 로켓 배송의 쿠팡이나 새벽 배송의 컬리”, “피곤할 때 깔끔한 당 보충 = 코카콜라, 혹은 31 아이스크림, 혹은 몬스터 ” 같은 식으로 브랜드는 해결하려는 소비자 문제와 욕구의 좌표에 연결된 제품 카테고리에 연결되어 떠올리게 됩니다.

이상에서 설명한 대로 브랜드에 대한 사람의 인식 체계와 비슷하게 AI도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AI는 텍스트·이미지·리뷰·대화 같이 인간들이 만들어낸 정보 신호를 수치화해 의미 공간 위에 점(좌표, 벡터)으로 찍어둡니다. 에이전트의 역할을 하는 AI가 “등산에 들고가기 좋은 간단한 에너지 보충 음료 추천”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AI는 이 질문을 임베딩(벡터화)해서 얻은 좌표에 가장 좋은 답(가장 높은 코싸인 유사도를 가진)이 되는 브랜드를 호출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과거의 브랜딩이 사람의 머릿속에 ‘이름’을 새기는 일이었다면, 지금의 브랜딩은 사람과 AI 모두의 의미 지도 위에 우리 브랜드의 좌표를 찍고, 이를 넓고 깊게 선명하게 유지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호출되는 좌표가 선명할수록, 넓을 수록 강할 수록, 깊을 수록, 즉 그 좌표에 촘촘히 연결된 신뢰 가능한 증거(상품 정보, 사용 맥락, 성과 데이터, 실제 고객의 말)가 많을 수록 브랜드 호출의 확률은 올라갑니다.

편의점 매대 앞에 서있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같은 음료 코너에서도 “운동하기 전 에너지 보충”, “야식 먹고 더부룩함”, “카페인 각성” 처럼 목적이 생각나는 순간마다 손은 다른 제품으로 향할 것입니다. 어찌보면 우리들의 선택 행위도 이 처럼 좌표 기반으로 수행되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에이전트들 역시도 소비자들의 정보 탐색에 관여할 때나 소비자들의 요청에 맞춰 일을 처리할 때에 이렇게 AI가 가진 의미 공간의 좌표 상에서 움직입니다. 여기서 브랜드로서 해야할 일은 우리 브랜드가 AI의 의미 공간에서 불리고 싶은 좌표를 정의하고 그 좌표에 연결될 풍부한 지식과 증거, 이야기, 경험을 만들고 연결하여 권외와 신뢰, 즉 오쏘리티를 쌓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이전에는 매체들이 소비자들의 탐색을 도와 브랜드와의 만남을 주도했습니다. 즉 매체가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인텐트를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5년 동안의 인터넷 시대에는 검색 엔진이 메타 미디어의 역할을 하며 소비자의 인텐트를 감지하고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함으로써 이를 해결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경험할 AI의 시대에는 에이전트가 그간 미디어와 검색이 하던 일을 대신하여 AI가 정보 탐색과 선택 과정을 합리화하여 소비자들은 더 이상 수십 개의 리뷰를 일일이 뒤지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의 과거 행동과 현재 맥락 언어적 표현을 기반으로 인텐트를 이해해 최적의 선택지를 제안합니다. 즉, AI 시대는 고객 여정을 소비자의 인텐트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렇듯 인터넷의 출현 이전 이후, AI의 출현 이후 모두를 관통하는 브랜드의 핵심 출발점은 바로 소비자의 인텐트였습니다. 소비자의 욕구, 고민, 필요와 이를 둘러싼 상황 등이 담긴 인텐트 데이터는 AI 시대에 브랜딩을 움직이는 연료가 됩니다.

이런 상황의 변화는 소비자 사이드가 아닌 브랜드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브랜딩 업무의 워크 플로우의 상당 부분을 AI 에이전트에게 맡길 수 있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의 선택과 행동의 원인이 되는 인텐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소비자를 이해하고, 이를 시장의 레벨로 넓혀 시장을 이해하는 데이터 분석 업무, 타겟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메시지와 콘텐츠 그리고 광고 기획 업무, 그리고 미디어 플래닝과 캠페인 최적화 업무, 브랜드 성장을 위한 프로젝트 매니징 업무, 마지막으로 전략 고문으로서의 업무 등은 어느 시점에서는가는 상당부분 특정 버티컬 영역의 데이터로 훈련된 버티컬 AI에 맡겨질 것입니다.

결국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 인텐트 데이터라는 같은 자원을 매개로 AI에 의해 더욱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소비자의 인텐트를 잘 이해한 AI 에이전트는 여러 차례 불필요하게 반복될 검색과 비교의 수고를 줄여주고, 잔인할 만큼 명확한 브랜드 제안을 제공합니다. 과거에는 대규모 예산 소비로도 “어림잡아 비슷한” 목표 고객을 붙잡을 수 있었을 뿐이지만, 앞으로의 시대에는 AI 에이전트가 소비자 인텐트에 맞는 몇 개의 브랜드만 추려 소비자에게 제안하기에 이러한 AI의 제안 속에 들어가지 못하면 브랜드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