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커머스란 단순히 AI 챗봇이 소비자의 쇼핑을 도와주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라, 커머스의 의사결정 구조, 데이터 구조, 가격 전략, 유통 권력 구조, 그리고 브랜드 전략까지를 재정의하는 전환을 말합니다. 과거 이커머스가 제품 정보와 관련 콘텐츠를 담은 웹사이트 중심으로 설계되었던 것이라면, 앞으로의 커머스는 소비자의 인텐트 해석 레이어를 가진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재구성됩니다.
이커머스 시대에 승자 기업들이 트래픽 유입 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 처럼,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에 승자 기업은 소비자의 인텐트 해석 레이어를 장악하여 소비자의 구매 결정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제부터 브랜드와 유통사들은 “어떻게 방문자를 늘릴 것인가”가 라는 질물을 할 것이 아니라 “구매 버튼이 눌리는 인터페이스에서 우리 상품은 소비자에게 어떻게 읽히고 이해되고 있는가”를 질문해야 합니다.
이 변화의 출발점은 브랜드의 입장과 소비자의 입장 모두에서 소비될 높은 해상도의 상품 데이터입니다. AI 혁신 속에서 기업 간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실체는 바로 이 양면적 상품 정보에 대한 콘트롤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커머스를 준비 중인 주요 유통사나 패션 플랫폼 기업, 제조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들의 시작은 양면적 상품 속성 데이터의 전면 재정의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양면적 상품 속성 데이터라 함은, 사람이 읽기 위한 카피 중심의 데이터 구조만이 아니라 AI가 읽기에도 편한 상품 정보를 말하기도 하고, 브랜드가 정의하는 데이터 구조이지만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받아드리기 좋은 속성을 담은 데이터를 말합니다.
이전에는 이런 정보가 대표적으로 쌓이는 제품 상세 페이지에도 통으로 된 이미지가 많았고, 브랜드의 자기 도취적인 감성적 표현이 많았으며, 중요한 제품 데이터가 비정형 텍스트나 이미지 안에 묻혀 있기도 했었습니다. AI는 UI를 보지 않고, 제품의 속성값, 수치, 조건, 관계를 읽으며,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찾는 맥락과 관련한 정보를 찾습니다. 조리 시간 3~5분이라는 정보가 이미지 안에만 존재한다면, AI에게는 그 상품은 “3~5분 안에 요리 가능한 제품”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아애 존재조차하지 않는 것이 됩니다.
따라서, 브랜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품 마스터의 재설계”와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찾게 되는 CEP 정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정보 보완이 아니라 상품 지식 그래프 구축 수준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제품 카테고리별 핵심 속성을 정의하고, 필수 속성을 제품 정보 입력시에 빼먹을 수 없도록 강제 입력 구조로 전환하며, 특정 엔티티의 기술에 반드시 포함되어야하는 속성값이 자동 추출되어 입력될 수 있도록 구조화해야 합니다.
식품이라면 영양 성분, 알레르기 정보, 보관 조건, 조리 시간, 같이 먹으면 맛있을 제품과 어떤 장소,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함께, 어떻게 즐기면 좋을 지까지 명확히 데이터화하여 저장되어야 합니다.
패션이라면 핏 유형, 소재 구성, 계절성, 체형 적합도, 카라 형태, 단추 개수, 주머니 위치 같은 디테일 데이터와, 같이 코드하기 좋은 옷이나 색깔, 입기 좋은 계절 등의 데이터 까지도 구조화하여 저장해야합니다.
이것들은 단순히 유입을 늘리기 위한 SEO를 위한 것이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인텐트에 맞는 제품을 찾을 때 중요한 정보 가독성 확보를 위한 것입니다. AI가 이들 정보를 읽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추천되지 않고, 추천되지 않으면 구매 버튼은 눌리지 않습니다.
상품 데이터의 정밀화는 LLM의 가성비 높은 활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주 발생하는 질문은 사전 프롬프트와 캐시 레이어에서 처리하고, 구조화된 속성 데이터로 비교·필터링을 수행하며, 추론이 필요한 순간에만 고비용 LLM을 호출하는 아키텍처를 설계해야하는데, 상품 데이터가 풍부할수록 LLM 호출을 줄이면서도 정확한 추천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와 유통사가 상품 데이터와 소비자 사용 맥락과 관련한 데이터를 재정비해야하는 이유가 단지 AI 친화적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용 효율적인 에이전트 커머스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구조는 단순 추천을 넘어 AI의 고도화된 조건 기반 확정과 연결됩니다. 기존의 추천 방식은 “이 상품을 본 고객이 함께 본 상품”과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에이전틱 커머스에서 AI는 “당신이 기존 구매 패턴과 이번에 명시적으로 요청한 조건인 용량, 예산, 사용 시나리오를 고려했을 때 이 제품이 가장 적합합니다”라는 식으로 명시적 조건을 필터링하여 최종 선택을 제시합니다.
동시에 AI는 전체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 혹은 가격 면에서 가장 매력적인 선택, 혹은 최고 사양의 선택 등의 혹시 모른 선택의 기준 변경에 대비한 제안도 고려하여 제안함으로서 고객의 망설임을 구조적으로 해소합니다. 이는 정보 탐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 비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구매 여정 초기에 의도 정렬이 완료되면 전환율은 급격히 상승합니다. 실제로 에이전트 기반 가이드를 초기에 받은 고객의 전환율이 일반 검색 대비 수 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프라이싱 전략 역시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어려운 이유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SKU 단위 손익 가시성 부족과 대체재 카니발라이제이션에 대한 통제 부족입니다. 가격을 깎았더니 상위 브랜드가 무너진다는 우려는 포트폴리오 관리 실패에서 비롯됩니다.
에이전트 환경에서는 가격 투명성이 극대화되므로 무차별 할인은 더 위험합니다. 대신 세션 맥락 기반 조건부 오퍼, 신규 고객 한정 혜택, 번들 전략, 구독 모델, 상위 SKU 보호 로직을 결합한 수익 최적화 모델이 필요합니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가격 변경이 아니라 조건 기반 제안 엔진입니다.
프로모션도 AI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에는 Agent-readable Promotion 설계가 되어야 합니다. 프로모션을 고객에게 노출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에이전트에게도 전달하고 이해시켜야 합니다. 할인 조건, 적용 대상, 유효 기간, 재고 연동 정보 등이 에이전트에게 전달 될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지 않으면 AI는 그 프로모션의 존재 자체도 인식하지 못합니다. “오늘의 쿠폰”은 인간에게는 보이지만 에이전트에게는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통 구조 차원에서 벌어지는 가장 큰 변화는 UCP 같은 표준이 커머스를 HTTP처럼 “공통의 언어”로 만들려는 시도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표준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상품과 정책 정보가 단지 ‘연동 가능’한 수준을 넘어 ‘읽히고 이해되는’ 형태여야 합니다. 여기서 다시 양면적 데이터 구조화가 핵심이 됩니다.
표준이 생겨도 에이전트가 읽을 수 있는 구조(속성, 규칙, 정책)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연결은 되더라도 실행은 되지 않습니다. 동시에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상황, 사용 맥락, 선택 이유)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에이전트가 추천해도 구매 확신을 만들지 못합니다. 즉, UCP 시대의 표준 대응은 “기계가 실행하는 데이터”와 “사람이 납득하는 데이터”를 동시에 갖추는 문제입니다.
표준이 정착될수록 구매 퍼널의 중심은 사이트 UI에서 에이전트 인터페이스로 이동합니다. 이때 쇼핑몰은 목적지가 아니라 트랜잭션 엔드포인트가 되고, 구매 버튼의 결정권은 웹사이트 디자인이 아니라 ‘의도 해석 레이어’로 옮겨갑니다. 그런데 구매가 에이전트 안에서 진행될수록 브랜드는 더더욱 양면적 데이터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에이전트는 스펙·재고·가격·정책 같은 실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제를 밀어붙이지만, 소비자는 “왜 이 제품이 나에게 맞는지”라는 설명 데이터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에이전틱 퍼널에서 승리하려면, 실행 데이터(Agent-readable)와 설득 데이터(Consumer-readable)가 동시에 설계되어야 합니다.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가두리 어장 전략을 취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양면적 데이터의 두 축을 내부에서 이미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1) 관찰된 행동 데이터로 고객 의도를 예측할 수 있고, (2) 스타피시 같은 프로젝트로 상품 속성의 정확성을 끌어올리며, (3) 라스트 마일 물류 통제력으로 실행까지 완결합니다. 이 구조는 단지 데이터가 많아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의도 해석(설득)과 실행(결제·배송)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는 데이터 체계’를 내부에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입니다.
반면 구글은 검색 단계에서 발생하는 “맥락 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이트키퍼 지위를 강화하려 합니다. 구글은 Merchant Center를 통해 이미 기계가 읽기 쉬운 상품 속성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한 상태에서 표준을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구글이 가진 강점은 구매 이전 단계에서 생성되는 질문·비교·상황 같은 맥락 데이터입니다. 즉, 구글은 실행 데이터(상품 속성)와 설득 데이터(비교 맥락)를 인터페이스 안에 축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 입장에서 구글 생태계에 대응한다는 것은, 단지 ‘피드 제출’이 아니라 ‘내 상품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설명될 것인지’를 통제할 수 있는 데이터 설계를 포함합니다.
이 지점에서 브랜드에게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발생합니다. 기회는 트랜잭션이 자사몰에서 일어나면서 식별 가능한 구매 데이터(누가 무엇을 샀는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위기는 구매가 발생하기까지의 맥락 데이터(어떤 질문과 비교 흐름을 거쳐 설득되었는지)가 게이트키퍼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브랜드는 거래 데이터 수집 체계(CRM/CDP/리텐션 자동화)를 정비하는 동시에, 자사 인터페이스에서 맥락을 복원할 수 있는 ‘소비자용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수집하고 구조화해야 합니다. 예컨대 “왜 이 제품을 찾았는지(상황)”, “무엇이 고민이었는지(불확실성)”, “무엇이 결정 요인이었는지(트리거)” 같은 정보를 구매 후에도 회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데이터는 설문이 아니라, 에이전트 대화·검색 로그·행동 이벤트로 자연스럽게 축적되어야 합니다.
이제 트래픽 중심 전략은 한계에 도달하게 되면서 중요한 것은 방문자 수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우리 상품을 ‘정확히 읽고, 조건에 맞게 매칭하고, 소비자가 납득할 형태로 설명할 수 있는가’가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KPI는 “유입”이 아니라 “해석 가능성(Agent-readable) + 설득 가능성(Consumer-readable) + 실행 가능성(결제/배송)”으로 재정의됩니다. 이 관점에서 에이전트를 위한 API-first 커머스로의 전환은 단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기계가 실행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를 갖추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API-first 커머스가 의미하는 바는 UI가 아니라 데이터가 1급 시민이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브랜드는 (1) 구조화된 상품 속성, (2) 조건 기반 프로모션 메타데이터, (3) 가격·배송·반품·보증 같은 정책 규칙, (4) 실시간 재고 동기화를 에이전트가 호출 가능한 형태로 제공해야 합니다. 동시에 소비자 관점의 데이터도 함께 제공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3~5분 조리” 같은 속성값은 기계가 필터링하는 실행 데이터이지만, “바쁜 평일 점심에 5분 안에 한 끼 해결” 같은 문장은 소비자가 납득하는 설득 데이터입니다. 둘은 같은 사실을 다른 형태로 표현한 양면 구조이며, 둘 다 구조화되어야 에이전트 커머스에서 성과가 나옵니다.
실시간 재고·가격 동기화도 마찬가지로 양면적 문제입니다. 에이전트 관점에서는 재고·가격이 정확하지 않으면 결제 실패가 발생하고 추천에서 제외됩니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재고 불일치가 신뢰 붕괴로 이어집니다. 즉, 실시간성은 단순 운영 효율이 아니라 ‘기계 실행’과 ‘인간 신뢰’라는 양면을 동시에 지키는 조건입니다. 배치 업데이트는 기술 부채일 뿐 아니라, 고객 경험 부채가 됩니다.
그러나 모든 경쟁이 속성값의 정교함으로만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브랜드는 여전히 의미와 감정을 설계해야 합니다. AI는 기능을 최적화하지만 인간은 즐거움, 신뢰, 상징성을 소비합니다. 티파니 상자의 경험은 스펙 비교로 대체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브랜드는 한편으로는 기계가 비교 가능한 기능적 명확성(스펙·효능·근거)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계가 쉽게 환원할 수 없는 감성적 상징성(스토리·철학·의례적 경험) 등의 DBA(차별화된 브랜드 자산)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 또한 양면적 데이터의 확장입니다. 기능은 ‘정량’으로, 의미는 ‘서사’로 구조화되어야 합니다.
상품 차별화도 단순 스펙 경쟁을 넘어 서비스 설계에서 나옵니다. 동일한 레시피 장보기라 하더라도 “먹기 직전 최적 신선 배송”이라는 약속은 구매 흐름을 바꾸는 결정 요인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차별점 역시 양면적 데이터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에이전트에게는 “배송 가능 시간, 리드타임, 신선도 SLA” 같은 실행 데이터로, 소비자에게는 “당신이 먹기 직전 가장 맛있는 상태로 도착” 같은 설득되는 서사가 있는 데이터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결국 차별화는 ‘서비스의 실행 가능성’과 ‘경험의 납득 가능성’을 동시에 충족할 때 완성됩니다. 종합하면,
첫째, 상품 데이터 마스터 재설계(Agent-readable 속성 + Consumer-readable 맥락).
양면적으로 구조화된 상품 정보 마스터의 샘플.
둘째, LLM 가성비 아키텍처(구조화 데이터로 필터링/비교, LLM은 추론에 집중).
셋째, 가격·프로모션의 조건 기반 엔진화(기계가 적용 조건을 읽고, 소비자가 수용 이유를 이해).
넷째, 실시간 재고·가격·정책 API 기반 운영 체계(기계 실행 + 인간 신뢰).
다섯째, 브랜드의 감성 자산과 차별적 서비스 경험을 구조화해 재구매를 설계(기능과 의미의 동시 강화).
에이전틱 커머스 준비 방향은 위에서 말한 다섯 가지를 넘어 “양면적 데이터 구조화”를 관통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어텐션의 시대에서 인텐션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고, 노출이 아니라 인텐트 해석과 실행이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인텐트 해석과 실행은 결국 “소비자에게 납득되는 데이터”와 “에이전트가 실행하는 데이터”라는 양면적 구조화가 완성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