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질문에 대한 답이 생성되는 순간, 왜 우리 브랜드는 그 답에 들어가지 않는가.
요즘 브랜드 매니저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불안감입니다. 광고를 줄인 것도 아니고, 제품 경쟁력이 갑자기 떨어졌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데, 막상 소비자가 “추천해달라”고 묻는 순간 우리 브랜드가 잘 언급되지 않는 것 같다는 감각입니다.
이 불안은 검색 환경이 AI 검색으로 바뀌어가면서 더 분명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검색창에 2~4단어 길이의 짧은 키워드를 입력했고, 브랜드는 그 키워드와 카테고리 안에서 경쟁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는 검색창이 아니라, AI에게 말을 겁니다.
“예산은 10만 원 정도고,
겨울에 러닝할 때 신을 거고,
발볼이 넓은 편인데,
오래 신어도 내구성 좋은 신발 추천해줘”
이 질문 앞에서 많은 브랜드 전략이 갑자기 작동을 멈춥니다.
‘러닝화 브랜드’, ‘가성비 좋은 브랜드’라는 설명만으로는 이 질문에 답이 되지 않습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정보를 찾는 단계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선택을 위임하는 에이전트를 대하듯 행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케팅 이론에서 말해온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EP)는 원래 “언제 해당 카테고리 제품군이 떠오르는가? 혹은 언제 특정 브랜드가 떠오르는가” 라는 브랜드의 질문이었고, 이것들은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AI검색이 우리 앞에 나타나면서 그 CEP가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나와 프롬프트라는 형태로 AI검색 창에 입력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AI검색에 던지는 상세한 질문(프롬프트) 안에는 이미 다음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 예산
* 사용 상황
* 개인적 제약
* 선호
* 비교 기준
즉, 소비자의 질문은 “뭘 사야 할까?”가 아니라 “이 조건들을 모두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무엇일까?”라는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AI는 이러한 질문(프롬프트)을 하나의 의미로 요약하지 않습니다.
AI는 질문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나눕니다.
* 이건 가격에 대한 조건이고
* 이건 사용 상황이고
* 이건 개인 특성이고
* 이건 평가 기준입니다
그리고 이 조건들을 하나씩 만족시키는 후보들을 비교한 뒤, 가장 설명력이 높은 답을 제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더 이상 ‘이 카테고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인가? 아닌가’, 즉 탑오브마인드 브랜드인가 아닌가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각 맥락의 조건에 대해 얼마나 설득력 있는 답이 될 수 있는지, 즉 Top of Category Entry Point로 평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하나의 강한 메시지로 요약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
“비즈니스에 최적의 선택”
“가성비 좋은 선택”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쉬운 말이지만, AI가 소비자의 복합적인 질문에 답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이런 메시지가 거의 판단 기준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AI가 필요로 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 왜 이 브랜드가 적합한가’에 대한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가방 브랜드를 생각해보면, 기존에는 이렇게 말해왔습니다.
“프리미엄 비즈니스 가방”
하지만 AI가 답을 만들어야 하는 질문은 훨씬 구체적입니다.
“2~3일 출장이고,
기내용 규격에 맞아야 하고,
노트북과 옷을 함께 넣을 수 있어야 하고,
미팅 자리에서도 너무 캐주얼해 보이면 안 된다”
이 질문에 답이 되려면, 브랜드는 이렇게 설명될 수 있어야 합니다.
“2~3일 출장 기준 수납 설계”
“기내용 규격에 맞는 사이즈”
“노트북과 의류를 동시에 넣어도 형태가 유지되는 구조”
“비즈니스 상황에 어울리는 디자인 톤”
이 문장들은 광고 문구가 아니라, 소비자의 질문 안에 들어 있는 조건들에 대한 답변 조각입니다.
과거의 검색은 비슷한 것을 나열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AI 검색은 조건을 해석하고, 비교하고, 판단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하나의 메시지로 기억되는 존재가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호출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선택지가 됩니다.
이 변화 전체를 관통하는 관점이 바로 GEO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GEO는 특정한 테크닉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닙니다.
GEO는 이렇게 묻습니다.
“AI가 소비자의 질문에 답을 만드는 흐름 속에서, 우리 브랜드는 어떤 이유로 등장하는가?”
검색을 ‘노출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 과정에 참여하는 문제’로 다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우리는 이제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찾을 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우리와 관련된 상황을 설명할 때, 우리는 어떤 조건(바잉 팩터)에서 답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시작하는 순간, AI 검색 시대는 위기가 아니라 브랜드 성장 전략을 논의할 수 있는 국면으로 전환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브랜드는, 다시 선택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