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시장에서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제품의 기능적 차별성은 점점 짧은 시간 안에 복제되고, 익일 배송 같은 혁신적인 유통 서비스 탓에 업체간의 유통 파워도 더 이상 비교 우위가 되지 않는 시대다. 수많은 브랜드와 유사한 제품들이 넘쳐나고, 더 많은 예산을 쏟아붓는 광고만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선점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환경에서 시장의 승자는 단순히 ‘더 많이 알리는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의 실제 구매 여정 속에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계기에서, 어떤 감정의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최근 브랜드 마케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ategory Entry Points, 이하 CEP)다. 이제 브랜드의 성패는 ‘소비자의 실제 구매 순간, 특정 계기와 감정의 결합된 맥락’에서 얼마나 강하게 떠오르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부터 CEP의 실질적 의미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풀어보고, 이를 자사 브랜드만의 성장 자산으로 어떻게 점유할 수 있을지 살펴보려한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브랜드 세일리언스(Brand Salience)와 독창적 브랜드 자산(DBA)이 각각 어떤 실전적 역할을 하며, 실무적으로 주의해야 할 포인트는 무엇인지, 이론과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심층적으로 다뤄보자.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 소비자 구매의 문을 여는 실질적 단서
많은 마케터들이 “타겟 세분화”나 “페르소나 정의”에 집착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은 제품을 고를 때 그렇게 논리적이고 일관된 경로만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 속 수많은 순간, 감정, 계기, 작은 동기가 브랜드 선택을 좌우한다. 예를 들어, 무더운 여름 운동 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원한 음료’, 야근이 끝나고 입이 심심할 때 ‘찾게 되는 초콜릿바’, 퇴근길에 들르는 편의점에서 ‘자꾸 눈에 밟히는 간단한 간식’, 혹은 혼자 있는 밤에 생각나는 ‘캔맥주’ 같은 순간들이 바로 소비자의 구매를 촉발하는 진짜 “상황의 문”이다. 이런 실제 맥락에서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경험의 출발점, 그것이 바로 CEP다.
업계에서도 브랜드가 성장하려면 단순히 많이 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구매 상황(CEP)에서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만드는 ‘정신적 가용성’과, 소비자가 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물리적 가용성’이 모두 갖춰질 때 비로소 시장 리더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브랜드가 머릿속 1순위로 떠오르는 브랜드야말로 실제로 성장한다는 사실은 여러 글로벌 기업 사례에서 확인된다.
스니커즈의 “배고플 때 너답지 않아(You’re Not You When You’re Hungry)”, 킷캣의 “쉬는 시간엔 킷캣(Have a break, have a KitKat)” 등은 모두 전 세계 소비자의 구매 상황을 포착하고, 그 CEP를 자사 브랜드의 자산으로 점유한 대표적 사례다. 특히 코카콜라는 ‘더운 날 시원한 청량감이 필요할 때’ 외에도, ‘친구와 함께 피자를 먹을 때’, ‘영화관에서 팝콘과 함께 마시는 음료’, ‘기념일에 특별함을 더하고 싶을 때’, ‘일상의 소소한 휴식 시간’ 등 다양한 CEP를 다층적으로 점유해 왔다.
흥미롭게도, 과거 코카콜라는 지금의 에너지 음료 브랜드(몬스터, 레드불 등)처럼 ‘공부할 때 집중이 필요할 때’, ‘야근이나 밤샘 작업이 필요할 때’, ‘체력을 끌어올려야 할 때’ 등 ‘에너지 충전’의 CEP를 차지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20세기 초 코카콜라 광고에는 “활력을 되찾자”, “머리를 맑게 해주는 음료”라는 슬로건과 함께, 사무실·학교·야외 활동 등 다양한 ‘에너지 리프레시’의 순간들이 그려졌다. 시간이 흐르며 이 CEP는 점차 카페인 함량이 더 높은 에너지 음료 브랜드에게 넘어갔지만, 한 브랜드가 시대에 따라 다양한 CEP를 점유하거나 잃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소비자 머릿속에서 특정 구매 계기와 브랜드가 강하게 연결될 때, 브랜드는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CEP의 발굴과 점유: 단순 발견을 넘어 브랜드 자산화의 길로
브랜드가 성장하는 첫 단계는 시장과 소비자의 다양한 CEP를 찾아내는 일이다. 과거에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나 소비자 심층조사, 소셜미디어 언급 등 다양한 경로가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검색데이터 기반 인사이트 솔루션(예: 리스닝마인드)처럼 실제 소비자의 검색 행동과 검색어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방법이 오히려 더 강력한 CEP 발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색 데이터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진짜 니즈와 순간적 욕구가 드러나기 때문에, 기존 설문이나 패널 인터뷰로는 잡히지 않던 새로운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까지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승부는, 이렇게 발굴한 CEP를 단순히 인지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발견한 CEP를 어떻게 자사 브랜드만의 심리적·문화적 공간으로 ‘점유’하느냐다.
실제로 대부분의 CEP에는 이미 강력한 브랜드들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더운 날 마시는 시원한 음료’라는 CEP는 전 세계적으로 코카콜라, 펩시, 국내로 오면 칠성사이다, 미린다 등과 같은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공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브랜드가 그 CEP를 점유하려면, 단순히 ‘노출’이나 ‘저가 프로모션’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즉, CEP와 브랜드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조건반사적 연상, 소비자 머릿속의 기억구조의 변화를 만들어 내야한다.
이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은 CEP, 브랜드 세일리언스, 그리고 독창적 브랜드 자산(DBA) 사이의 관계와 각각의 역할이다.
CEP는 소비자의 욕구나 감정, 맥락이 구매로 이어지는 ‘의식의 문’이 되는 구체적인 순간이다. 하지만 이 문이 열린 공간 안에서 브랜드가 진짜로 존재감을 갖기 위해서는 한 가지 중요한 조건, 즉 ‘적합성(Fit)’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브랜드의 본질—정체성, 기능, 가치, 약속—이 해당 CEP의 욕구와 자연스럽고 필연적으로 맞아떨어지는지를 의미한다.
이 적합성이 갖춰질 때, 브랜드 세일리언스(Brand Salience)는 특정 CEP에서 소비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존재감으로 실현된다. 이때 독창적 브랜드 자산(DBA)—색상, 로고, 패키지, 소리, 형태 등 브랜드만의 시그니처—는 그 존재감을 더욱 강력하게 촉진하고 반복적으로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리하자면, CEP는 ‘구매로 이어지는 의식의 문’이다. 이 문이 열리는 바로 그 순간, 브랜드의 본질이 해당 상황의 욕구나 감정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질 때, 즉 적합성(Fit)이 확보될 때 비로소 브랜드는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진짜로 존재감을 갖게 된다. 여기에 브랜드만의 독창적 브랜드 자산(DBA)이, 그 상황(CEP)에 맞춰 강하게 각인되고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브랜드 세일리언스—즉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서의 힘—이 극대화된다. 이러한 일련의 구조와 연결이 바로 브랜드 성장을 만드는 본질적 공식이다.
브랜드 세일리언스와 브랜드 인지도의 본질적 차이 그리고 실전적 의미
브랜드 마케팅에서 가장 많이 혼동되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브랜드 인지도(Brand Awareness)’와 ‘브랜드 세일리언스(Brand Salience)’다. 두 개념 모두 소비자가 브랜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지를 다루지만, 실제 시장에서의 효과와 의미는 분명히 다르다.
일상의 언어로 설명하면, 브랜드 인지도란 “이 브랜드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이 로고나 제품을 본 적 있습니까?”와 같은 질문에 ‘네’라고 답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브랜드의 이름이나 로고, 존재 자체를 알고 있다는 뜻, 그게 바로 인지도다. 광고, PR, 협찬 등으로 브랜드명을 널리 알리는 모든 활동은 어웨어니스(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어웨어니스는 누구나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작점이라 할 수있다.
반면, 브랜드 세일리언스는 실제로 구매를 해야 하는 순간, 또는 특정한 상황(예: 갈증이 심할 때, 간식이 먹고 싶을 때)에 가장 먼저 머릿속에 자동으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상태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음료 브랜드를 말해보라’ 하면 여러 개를 말할 수 있지만, ‘더운 여름 갈증이 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료는?’이라고 물으면 단 한두 개의 브랜드만 즉시 떠오르게 된다. 이처럼 인지도는 ‘아는 브랜드’의 폭을 의미하고, 세일리언스는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의 힘을 말한다.
실제 구매를 앞둔 순간, ‘소비자가 바로 내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네’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 브랜드는 세일리언스가 높은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아무리 높아도, 실제로 구매라는 문턱 앞에서 1초 만에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인지도는 매출이나 점유율로 이어지지 않는다. 세일리언스란 단순히 브랜드를 아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특정한 구매 상황(CEP)에서 조건반사적으로 브랜드가 머릿속 앞자리를 차지하는 힘이다.
예를 들어, 눈 앞에 방금 화덕에서 구워낸 피자가 놓여 있을 때, 친구와 동시에 ‘음료수 좀 사와야겠다, 뭘 살까?’라고 이야기하면, 아마 1~2초 안에 코카콜라, 펩시, 칠성사이다 같은 브랜드가 즉각 떠오를 것이다. 이처럼 실제로 소비자가 특정 청량음료 브랜드를 바로 떠올리는 순간이 바로 CEP이며, 이 순간 선택을 좌우하는 건 인지도가 아니라 세일리언스다.
실제 시장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인지도가 아무리 높은 브랜드라도, 실제 구매의 순간에 1순위로 즉각 떠오르는 브랜드(Top-of-Mind)는 그보다 훨씬 적다. 이 상기도(Top-of-Mind)의 차이가 곧 브랜드의 매출과 성장의 핵심 변수라는 사실은 다양한 글로벌 사례가 증명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치약 시장에서는 콜게이트와 크레스트 모두 인지도가 높지만, CEP—즉, ‘입냄새가 걱정될 때’, ‘충치를 예방하고 싶을 때’, ‘아이가 사용할 치약을 고를 때’ 등 각 상황별로 1순위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다르다. 콜게이트처럼 다양한 CEP에서 ‘첫 번째로 떠오르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브랜드만이 시장점유율과 매출 면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어웨어니스에만 집중하는 브랜드는 ‘알려진 브랜드’가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구매 전환에서 경쟁 브랜드에 밀리기 쉽다. 반면, 세일리이 차이는 실무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 인지도(어웨어니스)에만 집중하면, 시장에서 ‘알려진 브랜드’가 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구매의 마지막 순간에는 경쟁 브랜드에 밀리기 쉽다. 반면, 세일리언스를 전략의 중심에 둔 브랜드는 각 CEP별로 소비자의 머릿속에 자동으로 1순위로 떠오르는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이럴 때 비로소 가격 경쟁이나 일시적인 프로모션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만들 수 있다.
결국 브랜드 성장의 본질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브랜드를 알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구매 상황(CEP)에서 내 브랜드가 가장 먼저 연상되는지를 만드는 데 달려 있다. 이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실전 전략에 반영해야, 브랜드는 더 높은 전환율, 강한 충성도, 그리고 장기적 시장 리더십까지 확보할 수 있다.
1순위 연상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한 Brand Salience 전략
브랜드 세일리언스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인간 기억의 구조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우리는 브랜드를 떠올릴 때 단순히 이름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과 감정, 상황, 맥락이 얽힌 경험 전체를 네트워크처럼 저장한다. 예를 들어, 여름날 운동장에서 땀을 흘린 후 코카콜라를 마셨던 경험에는 더위(감각), 갈증 해소(감정), 코카콜라의 병 모양과 빨간색(시각), 탄산의 청량한 소리(청각) 등 여러 단서가 함께 묶여 뇌에 남는다. 그리고 일상에서 더위나 갈증, 빨간색, 청량한 소리 같은 자극을 마주하면, 우리 뇌는 이 기억의 연결고리를 자동으로 따라가 코카콜라를 먼저 떠올린다. 이런 조건반사적 연상 효과가 바로 세일리언스의 힘이다.
이런 조건반사적 연상 효과가 실제로 소비자의 마음에 각인되기 위해서는, 실무에서 몇 가지 핵심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CEP를 최대한 세분화해 우리 브랜드가 가장 강하게, 그리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구매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CEP별로 브랜드만의 강력한 메시지와 시그니처(DBA)를 일관성 있게 반복 노출하며, 소비자의 감정과 맥락에 연결된 경험을 끊임없이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상기도(Top-of-Mind), 연상도, 구매전환율, 소셜미디어 언급량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실제로 세일리언스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코카콜라의 예를 가지고 설명해본다면 ‘더운 날 시원한 청량감이 필요할 때’, ‘친구와 함께 피자를 먹을 때’, ‘영화관에서 팝콘과 곁들일 음료가 필요할 때’ 등 다양한 CEP마다, 코카콜라는 꾸준히 동일한 브랜드 경험과 독창적인 자산(DBA)을 반복적으로 각인시켜 왔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의 빨간색, 곡선형 병, ‘시원함’과 ‘청량감’을 강조한 광고, ‘코-크(Coke)’라는 별칭, 그리고 전 세계 공통으로 적용된 캠페인 슬로건들은 특정 순간마다 조건반사적으로 소비자 머릿속에 소환된다.
실제로 무더운 날 목이 마른 순간, 혹은 피자를 먹으며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혹은 영화관 매대 앞에서 고민하는 순간에 코카콜라가 1~2초 만에 떠오른다면, 이는 단순한 인지도가 아니라 브랜드 세일리언스의 힘이다. 코카콜라는 각 CEP별로 일관성 있게 강렬한 메시지, 감각적 DBA, 그리고 반복적 노출을 결합해 ‘이럴 때는 코카콜라’라는 조건반사적 연상 구조를 전 세계 수십억 소비자에게 구축해왔다.
더 나아가 이 연상 구조는 실제 구매 행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세일리언스가 높은 브랜드는 가격 프로모션이나 일시적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소비자 기억 속에 견고하게 자리잡아 위기 상황에도 꾸준히 선택받는 힘을 갖게 된다. 반면 인지도만 높은 브랜드는, 실제 구매 상황에서 다른 브랜드에 밀리거나 기억에서 빠르게 잊혀질 수 있다.
Salience를 위한 브랜드의 강력한 무기, DBA
Salience, 즉 브랜드가 구매 순간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힘을 실전에서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독창적 브랜드 자산(DBA)이다. 여기서 말하는 DBA란 단순한 로고나 색상, 캐릭터, 슬로건, 패키지 디자인을 넘어, 소비자가 실제 CEP 상황에 처했을 때 ‘이것만 보면 바로 그 브랜드’라고 직감할 수 있게 만드는 모든 감각적·상징적 요소 전체를 뜻한다.
진짜 강력한 DBA는 브랜드 이름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도, 색상, 형태, 소리, 질감, 패턴, 심지어 한마디 슬로건만으로도 즉각적으로 브랜드가 연상되도록 만든다. 이런 DBA가 제대로 작동할 때,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억 속에 자연스럽게 각인되고, 그 결과 세일리언스가 실전에서 강하게 발휘된다.
이처럼 DBA가 특정 CEP와 깊이 연결될 때, 브랜드 세일리언스는 극대화된다. 이 연결은 단순한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로 마주하는 다양한 접점에서 구체적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더운 여름날 정류장 옥외 광고판에 시원한 물방울이 맺힌 코카콜라 병이 크게 보일 때, 영화관 매대에서 붉은색과 곡선형 병의 코카콜라가 팝콘 옆에 진열될 때, ‘코카콜라를 마시며 즐거운 순간’을 묘사한 TV 광고가 방영될 때, 그리고 피자 브랜드의 파업샵에 코카콜라 로고가 함께 노출될 때—이 모든 상황에서 브랜드의 DBA(빨간색, 곡선형 병, ‘시원함’과 ‘청량감’의 메시지)는 특정 CEP(갈증, 피자와의 궁합, 영화관 간식, 무더위 해소 등)와 실제로 접점을 이룬다.
티파니의 블루 컬러, 나이키의 스우시 로고, 맥도날드의 황금 아치, 버버리의 체크무늬, 코카콜라의 병 모양과 빨간색, 오레오의 원형 쿠키, 킷캣의 붉은 패키지 등은 모두 각 브랜드가 점유하려는 대표 CEP에서 수많은 실제 광고, 진열, 캠페인, 오프라인/온라인 접점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소비자의 기억에 자동으로 각인된다. 애플의 사과 로고만 봐도 ‘혁신’, ‘디자인’, ‘프리미엄 경험’이 바로 떠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DBA의 진짜 힘은, 이들이 특정 CEP(구매 상황)와 강하게 결합될 때 폭발한다는 점에 있다. 티파니 블루는 ‘특별한 선물’이 필요한 순간, 코카콜라는 ‘더운 날 시원한 음료가 생각날 때’, 맥도날드는 ‘바쁜 아침의 간편한 식사’나 ‘가족과의 외식’이라는 순간에 조건반사적으로 연상된다. 이러한 반사적 연상 효과는 단순히 브랜드를 많이 노출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관된 반복, 감정적 연결, 스토리텔링, 그리고 다양한 접점에서의 경험 설계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실현된다.
브랜드 세일리언스와 DBA의 실전 적용: 시장 리더십을 만드는 공식
브랜드가 시장에서 실제로 세일리언스를 갖추려면, 단순히 인지도를 올리는 것을 넘어서 브랜드와 CEP가 강하게 연결되도록 DBA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한 실무적 접근은 다음과 같은 3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첫번째는 핵심 CEP 선정과 우위 공간 발굴이다.
일반적인 소비자 면담을 통한 조사나, 검색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양한 소비자 CEP를 발굴하고, 이 가운데서 우리 브랜드가 집중해야 할 2~5개의 핵심 CEP(구매 계기/상황)를 선정한다. 이때 각 CEP별로 경쟁사가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아직 확실한 선점 브랜드가 없는 영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번째는 CEP별 일관된 DBA 전략을 실행한다.
위에서 선정한 CEP별로 브랜드만의 독창적 브랜드 자산(DBA)—색상, 로고, 슬로건, 패키지, 스토리텔링 등—을 모든 소비자 접점(TVCM, 옥외광고, 디지털 캠페인, 매장 진열, 팝업샵 등)에 일관성 있게 반복 노출시킨다. 예를 들어 오뚜기의 경우는 ‘집에서 간편하게 만드는 파스타’라는 CEP에 노란색 패키지, 동그란 로고, 감성 광고와 레시피, 대형마트 진열 등에서 일관된 브랜드 자산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며 ‘간편식=오뚜기’라는 연상을 만들어냈다.
세번째는 성과를 모니터링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글로벌 대기업들처럼 소비자 상기도 조사, 구매 데이터, 소셜 미디어 빅데이터, 트렌드 분석 등을 통해 각 CEP별 세일리언스와 DBA 성과를 측정한다. 약한 CEP는 보완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소비자 맥락에는 신속하게 메시지와 자산을 조정한다. 또한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정교하게 관리해 모든 접점에서 동일한 색상, 로고, 슬로건, 사진 스타일, 패키지, 서비스 경험을 유지한다.
이렇게 3단계로 전략을 실행하면, 브랜드는 시장에서 진짜로 조건반사적 1순위로 떠오르는 존재감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이렇게 CEP를 자산화해 가는 과정에서 브랜드가 주의해야 할 실무적인 포인트 세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CEP 안에서 브랜드만의 DBA가 일관되게, 그리고 실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경험되어야 한다.
단순히 광고 한두 편에서 CEP를 배경 삼아 메시지를 노출한다고 해서 소비자 머릿속에 브랜드가 강하게 각인되지는 않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실제로 그 특정한 구매 계기와 상황(CEP)에 처했을 때, 예를 들어, 무더운 여름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를 고르는 순간, 밤늦게 혼자 야식거리를 고민하는 순간, 혹은 친구들과 영화를 보기 전 매대 앞에 섰을 때, 브랜드가 똑같은 시그니처와 메시지로 반복적으로 다가오는 경험이다.
이런 경험이 만들어지려면,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 진열, 온라인 쇼핑몰, 패키지 디자인, 프로모션, 광고, 서비스 경험 등 모든 접점에서 해당 CEP와 직결되는 시그니처(DBA)를 일관되게 노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무더위와 갈증이라는 CEP에서 빨간색 병, 곡선형 패키지, 청량한 소리, 시원함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오프라인 진열, 옥외 광고, TV/디지털 광고, 패키지, 심지어 프로모션 굿즈까지 모두 동일하게 연결된다. 소비자가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반복적으로 똑같은 자극을 경험할 때 비로소 브랜드와 CEP가 강하게 연결되어 기억에 각인된다.
결국, 일관성과 반복성은 브랜드 세일리언스의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된다. 브랜드가 점유하고자 하는 다양한 CEP마다, 단순한 노출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험의 반복을 통해 동일한 DBA를 지속적으로 심어주는 것—이것이 진짜 브랜드 성장의 출발점이다.
둘째, 감정적 경험의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브랜드가 여러 CEP(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에서 전혀 다른, 심지어 상반된 감정을 남기면 소비자 기억 속 연상 구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한 CEP(예: ‘가족과 함께하는 외식’)에서는 브랜드에 대해 따뜻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놓고, 또 다른 CEP(예: ‘혼자 빠르게 해결하는 식사’ 등)에서는 무심하거나 부정적인 경험을 반복한다면, 결국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브랜드에 대한 일관된 인상이나 감정의 고리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감정이 불안정하거나 일관성이 없을수록, 브랜드 연상의 힘은 점점 약해진다.
실제 사례로, 맥도날드는 전 세계적으로 ‘가족의 즐거운 외식’이라는 감정적 경험을 일관되게 심어주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단순히 ‘무엇을, 어디서, 누구와’ 먹느냐(What, Where, With Whom)라는 CEP 차원을 넘어,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 ‘아이들과의 행복한 추억’, ‘언제나 반겨주는 공간’ 등 긍정적 감정(How feeling)을 일관되게 강화했다. TV 광고, 매장 인테리어, 키즈 메뉴, 가족 단위 이벤트, 글로벌 슬로건(I’m lovin’ it) 등 모든 브랜드 접점에서 ‘행복한 경험’이라는 메시지와 시그니처(노란 아치, 밝은 색감, 친근한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소비자의 머릿속에 “맥도날드는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는 강한 감정적 연상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이와 같이 브랜드가 각 CEP별로 일관된 감정적 경험을 심어줄 때, 브랜드 세일리언스는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진다.
셋째, 시장 변화와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CEP를 지속적으로 다양하게 확장시키고 때로는 포기해야 한다.
팬데믹 이후 ‘집에서 보내는 휴식’, ‘온라인 간편식’, ‘홈카페’ 등이 부상한 것처럼, CEP는 사회 변화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타벅스는 매장 중심의 ‘사람이 북적이는 카페’라는 CEP만 고집하지 않고, 집에서도 카페 경험을 누릴 수 있는 ‘홈카페’ 트렌드에 맞춰 RTD(Ready To Drink) 커피, 드립백, 캡슐커피, 온라인 굿즈 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스타벅스의 고유한 컵 디자인, 로고, 시그니처 색상 등 기존 DBA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접점과 메시지를 통해 집에서 보내는 휴식·커피 한잔의 순간에도 ‘스타벅스’가 떠오르게 만들었다.
또한, 오뚜기는 ‘즉석밥’이나 ‘파스타 소스’ 등 기존의 간편식 시장 중심에서, 팬데믹 이후에는 집에서 요리하는 간편식과 ‘홈쿡’ 트렌드에 대응해 파우치형 요리소스, 혼밥족·소포장 제품, 그리고 유튜브/인스타그램 레시피 콘텐츠 등 새로운 CEP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이때도 노란색 패키지와 동그란 로고, ‘진짜 집밥’이라는 메시지 등 오뚜기만의 DBA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접목했다.
이처럼 기존 DBA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CEP에 맞춰 브랜드 접점, 메시지, 제품군을 유연하게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경쟁사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우리 브랜드가 점유하려는 각 CEP에서의 상대적 세일리언스와 DBA(독창적 브랜드 자산)의 강도를 지속적으로 데이터 기반으로 점검해야 한다. 바로 이런 점검이 필요할 때 소비자들의 검색 경로 혹은 검색어 네트워크 시계열 변화 분석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쟁사가 더 독특하고 강력한 DBA로 해당 CEP를 선점하거나, 소비자 머릿속에 더 즉각적이고 조건반사적인 연상 구조를 만들어내는 전략을 펼친다면, 우리 브랜드의 기존 포지션은 순식간에 약화될 수 있다. 실제로 브랜드 점유율이 갑자기 하락하거나, 오랜 충성고객들이 이탈하는 현상 역시 대부분 이런 CEP-세일리언스-DBA 삼각 구조의 결합력이 경쟁사에 비해 약화됐을 때 나타난다.
경쟁사의 캠페인, 광고 메시지, 상품 진열, 소비자 소셜 언급, 패키지 변화 등 모든 시장 신호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우리 브랜드의 세일리언스와 DBA가 각 CEP에서 충분히 강하고 일관되게 작동하는지, 혹은 새로운 위협 신호가 없는지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위기 징후가 포착될 경우, 즉시 메시지와 경험, 자산의 일관성을 재점검하고, 필요시 DBA를 보강하거나 새로운 CEP를 발굴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수다.
이처럼 경쟁사의 변화와 소비자 인식 데이터를 촘촘히 읽고, 각 CEP별 세일리언스와 DBA의 경쟁력을 끊임없이 점검·보완하는 것이야말로, 시장 내에서 브랜드 리더십을 지키는 마지막 관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