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의 시대의 브랜드 (2/3)

에이전트의 시대의 브랜드 (2/3) 에이전트의 시대의 브랜드 (2/3)

AI는 우리의 일상과 업무 전반에 빠르게 침투하며, 특히 마케팅 영역에서 중대한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검색 엔진이 지난 25년간 소비자의 구매 여정을 재편한 것처럼,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에이전트는 단순한 챗봇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살까” 고민하는 순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캠페인을 기획할까” 고민하는 순간마다 곁에 있는 조력자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십 개의 리뷰를 뒤질 필요 없이, 에이전트가 맥락에 맞는 브랜드를 추려줍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데이터 분석과 캠페인 기획을 대신 수행하는 동료가 됩니다.

시대의 브랜드에게 주어진 질문은 “에이전트가 소비자에게 선택을 안내하는 순간, 우리 브랜드는 어떤 이유로, 어떤 맥락에서 호출될 것인가?”라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 질문은 곧 브랜딩의 정의 자체를 다시 써야 함을 의미합니다.

“브랜드는 이름이 아니라 좌표다”

오랫동안 브랜딩의 목표는 이름을 알리는 일이었습니다. 로고를 반복 노출하고, 광고로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소비자가 “야근 뒤 가볍게 먹을 음식”을 찾는다면, 에이전트는 그 맥락에서 가장 적합한 브랜드를 제안합니다. 아무리 유명해도 그 장면과 연결되지 않으면 호출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브랜드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의미 공간 속 좌표가 됩니다. 사람의 기억이 목록이 아니라 지도에 가깝듯, AI도 모든 정보를 벡터 좌표로 매핑합니다. “등산 가기 전 간단한 에너지 보충”이라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AI는 해당 질문을 좌표로 바꾸고, 가장 가까운 브랜드 좌표를 불러옵니다.

이제 브랜딩은 존재를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AI의 의미 지도에 좌표를 찍고 유지하는 일이 되고 있습니다. 선명하고 촘촘한 좌표를 많이 가질 수록, 브랜드 호출 확률은 높아집니다.

“인텐트는 소비자 욕구의 표면이 아니라 맥락의 합성물”

저와 저희 리스닝마인드 팀이 늘 이야기하듯, 모든 마케팅과 브랜딩의 출발점은 인텐트입니다. 인텐트란 단순히 소비자의 욕구를 한 단어로 표현한 것이 아닙니다. 시간, 장소, 감정, 제약 조건, 과거 경험이 합쳐져 형성된 맥락의 합성물입니다.

예를 들어, “퇴근길 20분 동안 지하철에서 먹을 수 있는 단백질”, “휴대폰 배터리가 10% 남았을 때 바로 충전 가능한 근처 카페” 이런 장면이 곧 인텐트입니다. 브랜드가 매출을 만드는 순간은 바로 이런 좁고 깊은 장면입니다. 따라서 AI가 그 장면을 이해하고 호출하도록 하려면, 브랜드가 먼저 그 장면을 언어로 설명하고, 데이터를 구조화하며, 자신이 그 장면에 좋은 답이 됨을 증거하는 정보와 이야기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렇게 AI의 의미 지도에 좌표를 찍고 이를 관리하는 일은 에이전트 시대에 꼭 필요한 인텐트 우선 브랜딩 설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호출되는 브랜드의 조건은 인텐트 우선 설계”

인텐트 우선 브랜딩 설계는 크게 세 단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장면) 수집입니다. 검색 데이터, 리뷰, 고객센터 대화, 소셜 댓글 등에서 소비자가 직접 묘사한 장면을 수집합니다. “아침 공복에 속이 불편하지 않은 단백질”, “비 오는 날 미끄럽지 않은 러닝화” 같은 표현이 예입니다. 중요한 점은 소비자가 실제 사용하는 언어를 그대로 모으는 것이고 두리뭉실한 상황을 칭하는 명사가 아닌 여러 단어로 구성된 해상도 높은 장면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와 브랜드의 적합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 제공입니다. 제품의 성분, 가격, 사용 후기, 배송 정책 같은 구체적 정보들도 이 안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근거 정보의 묶음은 검색 결과, 챗봇 응답, 상품 상세, PR 기사 등 다양한 채널에 동일한 구조로 노출되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브랜딩 활동의 성과 측정 지표도 달라집니다. 과거에는 노출 수치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호출률 (특정 장면에서 제안 목록에 등장하는 비율) 그리고 그 호출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파악하는 것등이 핵심 지표가 됩니다.

“액셔너블한 데이터 세트를 만들기 위한 데이터-브랜드 정렬하기”

브랜드가 호출되기 위해서는 메시지의 카피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작동하는 데이터인가 아닌가의 여부입니다. 소비자 인텐트에 대해 AI가 답으로서 특정 브랜드를 호출할 지의 여부를 결정할 때 구조화된 데이터를 선호합니다.

제품 스펙, 가격, 매장 위치, 배송 가능 시간, 교환·반품 조건 등은 최신성과 일관성을 갖춰 관리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네 가지가 필요합니다.

1) 브랜드는 자신들의 표준 스키마를 구축해 모든 제품 정보와 이를 담는 미디어 및 형태를 일관된 체계 내의 필드로 정리해야 합니다.

2) 소비자가 어디서 질문하든 같은 단어, 같은 문장, 같은 근거로 답을 받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객센터, 챗봇, 상세페이지가 제각각 다른 표현과 정보를 쓰면 소비자는 혼란을 느끼고 AI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사실은 같은 단어, 같은 문장으로 통일해 전달해야 브랜드의 신뢰성과 데이터의 정확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3) 출처와 날짜를 표기해 신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4)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 질문에 답을 못한 경우를 파악하여 이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완해야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에이전트는 “이 좌표에서 이 브랜드를 불러도 안전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인텐트 데이터는 브랜드 성장의 연료”

에이전트 시대의 브랜딩에서도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 처럼 소비자 인텐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설문조사나 패널 데이터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검색어, 리뷰, 소셜 대화, 구매 이력, 고객센터 기록 같은 데이터로 소비자 인텐트를 파악합니다.

AI는 자신이 가진 고유의 의미 지도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소비자 인텐트 데이터를 해석하여 소비자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맥락화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드러냅니다. 브랜드는 이를 통해 소비자의 숨겨진 니즈와 함께 시장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리스닝마인드의 클러스터 파인더의 이전 이후 쿼리 네트워크 분석이나 리스닝마인드의 신 기능인 저니파인더의 프롬프트 임베딩 의미 공간 분석 등은 바로 AI시대에 소비자의 인텐트를 찾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인텐트 데이터 분석 기법들은 AI시대에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우리가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인텐트 데이터를 더 잘 분석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바로 AI시대에는 인텐트 데이터가 바로 브랜드 성장의 연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보유한 좌표의 크기와 선명도가 곧 브랜드의 생존력”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AI시대에서 브랜드의 생존은 이제 브랜드가 보유한 좌표의 크기와 선명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구매 맥락이라고 할 수 있는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를 다른 브랜드 보다 더 세밀하게 더욱 많이 가지고 있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콘텐츠 자산과 이를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정말 중요합니다.

AI 시대에도 브랜딩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 방식이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소비자의 인텐트를 더 정확히 이해하고, 그 인텐트의 좌표에 우리 브랜드를 고정하고 그 좌표에 촘촘한 이유와 증거를 연결하는 일로 바뀌었다는 점만 다를 뿐입니다.

브랜드의 미래는 거창한 캠페인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크리에이티브 속의 서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AI 의미 지도 위에 브랜드가 구축한 좌표와 이와 촘촘하게 연결된 다양한 정보의 크기와 깊이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시대는 AI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선택을 안내하는 시대입니다. 여기서 살아남을 브랜드는 바로 이 좌표를 얼마나 선명하게 정의하고, 얼마나 촘촘히 이 브랜드가 선택되어야할 이유를 준비한 브랜드인가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