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히트상품을 보면 트렌드를 알 수 있을까?

홈쇼핑 히트상품을 보면 트렌드를 알 수 있을까? 홈쇼핑 히트상품을 보면 트렌드를 알 수 있을까?

2022년도 주요 홈쇼핑사들은 히트상품 순위를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리오프닝 특수에 힘입어 패션 브랜드가 히트상품 상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주요 홈쇼핑사인 GS, CJ, 롯데, 현대 홈쇼핑의 1위부터 10위까지 판매 상위 상품 리스트를 살펴보면 각자 다른 패션 브랜드 이름들로 가득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22년엔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사람들이 패션의류를 많이 산 것일까? 홈쇼핑 히트상품 순위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걸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홈쇼핑 히트 상품 실적을 그 전 년도들과 비교해서 살펴보고, 홈쇼핑 히트상품 순위를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 것인지 이야기 해보자.

홈쇼핑사별 히트상품 4개년(2019~2022) 비교

이 글에서는 2022년 홈쇼핑사별 히트상품을 전년과 비교하는 것 뿐만 아니라 2019년부터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올해 홈쇼핑사들의 히트상품이 코로나가 완화되어 ‘리오프닝’이라고 테마를 잡았기 때문에 코로나 등장 전인 2019년부터의 흐름을 살펴보아야 제대로된 비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CJ온스타일의 2019~2022년의 1위부터 10위상품을 비교해보자.

19년 1위는 더엣지 의류브랜드이고 22년에도 부동의 1위이다. 19년 톱10 목록에 의류가 아닌 상품으로는 뷰티 제품인 AHC 가 6위로 유일하다. 22년에는 속옷인 비비안이 8위에 유일하게 존재한다. 20년, 21년에 코로나가 소위 ‘창궐’하던 시절에도 CJ 온스타일의 톱10목록은 AHC가 9위, 10위로 떨어진 것 외에 패션 브랜드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상위 1~7위 브랜드는 예년에도 보던 CJ의 그 브랜드들이다. 더엣지, 셀렙샵, 칼라거펠트, 지스튜디오, 세루티, 베라왕, 까사렐 등으로 PB 브랜드이거나 해외브랜드를 라이센싱하여 국내 독점 판매 권한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22년 9위, 10위를 한 에디바우어와 바스키아골프도 CJ가 독점 판매를 하는 브랜드들이다. 따라서 2022년의 트렌드를 패션이 확대된다라고 이야기 하기 보다는 CJ 온스타일이 본인들의 패션의류 브랜드에 집중해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 지속되고 있다고 파악하는 것이 사실에 더욱 가깝다.

2019202020212022
더엣지더엣지더엣지더엣지
지스튜디오칼라거펠트파리스칼라거펠트파리스셀렙샵에디션
베라왕베라왕셀렙샵에디션칼라거펠트파리스
셀렙샵에디션지스튜디오지스튜디오지스튜디오
지오송지오셀렙샵에디션베라왕세루티1881
AHC(뷰티)밀라세루티1881베라왕
밀라지오송지오장미쉘바스키아까사렐
에셀리아장미쉘바스키아지오송지오비비안(속옷)
칼라거펠트파리스AHC(뷰티)까사렐에디바우어
타하리타하리AHC(뷰티)바스키아골프
CJ 온스타일 TV홈쇼핑 톱 10 상품 (2019~2022)

GS숍의 TV쇼핑 히트상품을 살펴보자.

22년의 리스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신발 브랜드들이다. 휠라, 스케쳐스, 브루마스가 21년에 없던 브랜드들이고, 전년대비 떨어지기는 했지만 뷰티 브랜드인 가히가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21년에 7위를 차지한 종근당건강이 사라지고 신발 브랜드가 늘어난 변화이다. 20년 21년에 종근당건강이 유산균인 락토핏을 위시하여 루테인, 오메가 등 건강식품 판매를 확대했으나 22년에는 건강식품 업계가 전반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근당의 위세가 꺾인 것을 히트상품 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가 발발하며 위협 수준이 높았던 20년에는 톱10 상품 7위로 네퓨어 마스크가 올라와있는 점이 큰 특징이다. 사실 마스크는 2017년부터 황사 등 공기질 이슈로 판매가 급증하던 상품이었는데, 톱 10에 진입한 것은 코로나 때문이었다. 20년 이후에는 마스크를 리스트에서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 이전인 19년과 비교해 보았을 때 19년이 톱 10 브랜드로 더 많은 패션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고, 21에도 패션상품 브랜드가 7개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인 것을 보면 GS가 전년대비 패션 브랜드가 늘었다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아 보일 수 있다.

CJ와 유사하게 GS도 자사의 PB브랜드 혹은 독점 패션 브랜드에 집중하고자 하는 전략을 보여주는데, 이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이 모르간, 라삐아프, 브리엘, SJ와니, 쏘울, 제이슨우 등이다. 22년 실적에서 19년 이후 톱10에 들었던 쏘울이 빠지고 21년대비 레포츠형 신발 브랜드인 휠라, 스케쳐스가 들어와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리오프닝’으로 인한 영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2019202020212022
SJ와니라삐아프모르간모르간
라삐아프모르간라삐아프라삐아프
에지지투웨니스SJ와니가히(뷰티)브리엘
모르간종근당건강(건강식품)SJ와니SJ와니
제이코닉쏘울브리엘휠라(신발)
쏘울휠라(신발)코펜하겐럭스스케쳐스(신발)
막스스튜디오네퓨어(생활)종근당건강(건강식품)제이슨우
티에스샴푸(생활)AHC(뷰티)브루마스(신발)브루마스(신발)
종가집김치(식품)에이지투웨니스(뷰티)쏘울스튜디오럭스
모그막스스튜디오제이슨우가히(뷰티)
GS숍 TV홈쇼핑 톱 10 상품 (2019~2022)

롯데홈쇼핑의 4개년 히트 상품을 살펴보자.

22년의 특징은 의류가 아닌 상품이 4개나 들어와 있는 모습이다. 전년에는 식품으로 김나운더키친이 있엇으나 테이스티나인이라는 다른 브랜드의 식품이 들어와 있고 전년에 10위권에 없었던 뷰티 브랜드인 더마큐어와 AHC 두 개나 들어와 있는 점이 특징이다. 롯데홈쇼핑의 4개년 히트상품 리스트를 보면 롯데 역시 업계 1, 2위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PB나 독점인 패션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우렐, LBL, 조류쥬 레쉬, 아이젤 등을 PB 상품으로 운영하며 홈쇼핑 독점 브랜드로 폴앤조(의류), 지프, 아니베에프, 다니엘 에스떼 등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볼 때 10위권 내 패션 브랜드는 오히려 2개 줄어든 상황이고 20년 21년에 비해서도 패션 브랜드가 늘어나지 않은 상황이라 패션 브랜드 변화만으로는 코로나 완화에 따른 변화를 읽기는 어렵다. 다만 가족을 위한 소비인 침구나 식품이 늘어나지 않은 면은 코로나와 무관하게 롯데홈쇼핑에서는 패션/뷰티 등 사회활동을 위한 개인들의 소비품목이 유지되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다.

2019202020212022
라우렐라우렐라우렐조르쥬 레쉬
LBL조르쥬 레쉬조르쥬 레쉬라우렐
조르쥬 레쉬AHC(뷰티)폴엔조폴엔조
쿠즈탱김나운더키친(식품)LBLLBL
아니베에프브룬스바자가이거(슈즈)더마큐어(뷰티)
AHC(뷰티)LBL지프아이젤
마마인하우스by박홍근(침구)다니엘 에스떼캘빈클라인 퍼포먼스테이스티나인(식품)
아이젤아이젤김나운더키친(식품)가이거(슈즈)
다니엘 에스떼아니베에프다니엘에스떼AHC(뷰티)
가이거(슈즈)쿠즈탱몽벨(레포츠)지프
롯데홈쇼핑 TV홈쇼핑 톱 10 상품 (2019~2022)

홈쇼핑사들의 톱 10 상품은 트렌드를 반영하는가?

홈쇼핑 3개사들의 최근 4년간 히트상품 10위 트렌드를 살펴보면서 10위권 내 상품들이 큰 변화가 없어 트렌드를 얼마나 반영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각 홈쇼핑별로 연말이면 히트상품 순위를 발표하면서 적절한 테마로 엮어보려고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홈쇼핑사들은 이미 패션중심이라는 전략을 세팅하여 운영하고 있으므로 상품 카테고리 수준에서 상위권내에서 상품군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톱10 리스트를 연도별로 살펴보면서 오히려 상위 10개 상품을 패션상품군 중심으로 잘 유지하고 있는 전략적인 일관성이나 성취도에 대한 평가를 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이들의 톱10 리스트는 왜 이리 변화없이 지루한 것일까?

여기서 잠깐 트렌드에 대한 짧은 고찰을 해보자.

원래 트렌드라는 것이 1~2년 사이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용어는 아니었다. 짧은기간의 변화를 일컬을 때 패드(FAD)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For A Day의 약자라고 하는데, 업계에서 혹은 학계에서는 1~2년 사이의 변화를 일컬을 때 쓰곤 했던 말이다. 그리고 트렌드(trend)는 그보다 긴 기간으로 3~5년 이상의 변화의 모습을 보려고 할 때 쓰던 말이다. 헌데, 요즘은 트렌드를 3~5년으로 보는 글을 쓰는 사람은 없다. 과거형 정의이다. 최근엔 “트렌드가 빨리 변한다”라고 말하고 있고 그를 쫓아가기 바쁘니 트렌드, 패드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

홈쇼핑 톱 10 상품 트렌드는 왜 변화가 없을까?

이렇게 트렌드가 빨리 변한다고 이야기하고 보니 홈쇼핑 톱10 브랜드의 변화 정도는 정말 지루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왜 이렇게 변화가 없는 것일까?

첫번째로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홈쇼핑 업계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했는가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계는 2010년대 후반 이후 패션에 집중하기로 하고 PB 브랜드, 단독 브랜드들을 확대시켜 왔다. 그 결과 상위 상품들이 주로 패션 브랜드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이고 전략대로 잘 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두번째로 브랜드 단위로 집계되는 상품리스트의 특성이다. 2020년 코로나가 처음 전세계를 위협했을 때, 마스크 판매가 홈쇼핑의 당면 과제인 것 같은 몇 개월이 있었다. 20년 1월 말부터 8월경 까지 마스크는 쉽게 말해서 틀면 대박인 상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도 주요 홈쇼핑사의 톱 10 상품 리스트에는 네퓨어 브랜드 하나만 들어와 있다. 2020년 GS홈쇼핑의 라삐아프라는 브랜드는 하위 상품으로 셔츠류, 팬츠류, 재킷류 등등하여 SKU 단위로만 해도 10종 이상이 있었을 것이므로 집계 기준이 브랜드인 이상 패션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구성된 톱 10 리스트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톱 10에 들어와 있는 패션의류가 아닌 브랜드들은 정말 대단한 히트상품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세번째로 상위리스트의 특징이다. 상위의 변화는 아주 큰 변화이다. 우리가 리스트를 50위까지 살펴볼 수 있다면 더 다양한 다이내믹스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년에 몇 조씩 하는 기업들의 판매량에서 상위 10위에 랭킹되는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변화의 규모가 워낙 커서 비교 단위를 10년 정도로 해서 보는 것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참고로 2012년 CJ의 히트상품 1~5위는 입큰파운데이션, 피델리아 속옷, 아이오페 에어쿠션, 지오송지오 의류, 브레라 잡화였다. GS는 모르간 자화, 뱅뱅 청바지, 버블비 염색약, 시슬리 핸드백, 그래드 매직랩이었다. 롯데는 퍼실세제, 아이오페기초화장품, 주원산오리, 이자녹스 기초화장품, 아이오페 에어쿠션으로 집계했다. 22년과는 확연히 다른 리스트들이다.

홈쇼핑 톱 10 상품 리스트의 의미

결론적으로 최근 몇 년간의 홈쇼핑 히트상품을 언론에 보도되는 10위 정도까지로는 유통 시장 전체의 트렌드 전체를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최근 4년간의 톱 10 상품들은 패션의류 브랜드 상품들이 지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심지어 코로나로 인한 변화도 거의 반영되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주요 홈쇼핑사들이 패션 상품에 집중해온 최근의 전략 트렌드가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며, 상품의 집계방식이 브랜드 단위이고 집계 순위가 단 10위 안에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조망하는 기간을 10년 단위로 늘여서 크게 보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홈쇼핑사들이 공개하지 않지만 상품을 50위권으로 보게 되면 최근 4년사이의 유의미한 변화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홈쇼핑 톱 10 상품 리스트는 전체 유통 시장의 상품 트렌드보다는 홈쇼핑 업계의 트렌드를 확인하는 것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회사간 비교를 추가하여 어떤 홈쇼핑사가 어떤 상품에 더 집중하고 있는지 전략을 알아내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위 리스트들에서 살펴보았듯이 CJ가 다른 두 경쟁사 대비 패션에 더욱 집중하여 성과를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홈쇼핑 업계의 트렌드와 업체간 차이가 확인되면 연관된 패션 업계는 어떻게 변해가는지, 확대하여 전체 유통 시장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같이 확인하고 인사트를 찾아볼 것을 권장한다.